엠팍 ·1일전

커트코베인급 토종 여성 락커가 나왔는데 세상은 잠잠하네요





우희준은 징글쟁글한 기타 팝 혹은 포크가 아닙니다. 그냥 신나기 위한 펑크가 아닙니다.  


일견 가벼워 보일 수 있으니 그 속은 꽉 차있고 육중하며 귀여운 소녀가 뒤돌려차기 한방에 


빌런을 쓰러트리는 듯한 의외성이 있습니다.


음악적 스펙트럼은 다양하고 실험적이며 정치적 메시지는 선동하진 않지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제목엔 커트 코베인에 비견했지만 음악적 외견은 후기의 산울림, 솔로의 김창완에 더 비슷합니다.


얼터너티브락의 사전적의미로 보면 거기에 끼울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한대음 상도 그 분야서 탔고요.



(산울림 티셔츠를 입은 우희준)


무엇보다 우희준의 정체성은 '페미니즘'입니다. 

이건 뭐 제가 그걸 간절히 바라고 정치질적으로 그의 음악을 이용하고 싶어서

그래서 서두에 꺼내는게 아니라, 굉장히 중요한데 모두가 쉬쉬하는 그런 분위기가 우습기 때문에

그냥 먼저 까버리는 겁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우희준의 음악은 펑크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김창완은 스스로 산울림의 정체성에 대해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속에서 나왔다라고 언급하며 


이데올로기적 산물이 아님을 수차례 인터뷰로 밝힌 바가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최초의 음악적 펑크는 정치적 펑크랑은 상관이 없었고, 또 그 유산을 물려받은 

우희준은 반대로 굉장히 정치적인 펑크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고 재밌는 지점입니다.


(김창완 밴드와 우희준은 2026 아팝페에 출격)



아시다시피 그렇게 펑크스러운 음악이라면 가사와 메시지는 굉장히 직설적이고 


단순해 지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우희준은 조금 결이 다릅니다.

우선 특징적으로 염세적입니다. 현학적인 수사는 없지만 철학적인 주제를 다룹니다.


실존주의적 고민을 하는 가사가 많은데, 살고 싶어 태어난 사람 있나요라고 


질러 버리기도 합니다. 대놓고 계급 투정(투쟁이 아니라)이죠.


그 방식이 동요적인 화법이기에 보색 대비 같이 더 주목을 끌게 됩니다.

김창완과 장기하 혹은 많은 펑크 음악들이 가사 따위는 농담 따먹기 역할로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면에선 다소 진지한 편입니다.


(일본에서도 주목받는 우희준)



우희준의 큰 장점은 그 음악적 내공의 용량(Capacity)에 있습니다.


김창완이 대학시절 산 기타로 놀면서 레퍼런스도 별로 없이 딸깍으로 만들 줄 아는 


천재형 뮤지션이었다면 우희준은 어린 시절부터 광범위한 장르의 음악을 섭렵하고

차곡차곡 내공을 길러 어느 날 갑자기 연공실 문을 깨고 나온 환골탈태한 초절정 고수 


같은 형입니다.

락 매니아들은 종종 이런 상상을 했을 겁니다.

'내가 자식 낳으면 어릴 때부터 재즈, 힙합, 락 명반 골라서 들려주고 국내 음악은  

산울림, 신중현, 7080 포크 정도만 들려 주고 드럼 베이스 기타도 다 가르쳐야지'

바로 그 상상이 현실화 된게 바로 우희준입니다. 다른 점은 부모 의지가 아니라 그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는 겁니다.


그 '섭렵'이란 것도 여러분이 상상하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설 것입니다. 


LP바 매장 빼곡히 채운 음반 정도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대답게 마치

AI처럼 학습했을 거에요. 건담 세계관으로 치면 마치 뉴타입(신인류)같은 존재입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음악의 출발점이 초등학생 5년 때 힙합을 들으면서 드럼을 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부터라고 했습니다. 힙합으로 시작했다는게 지금의 스타일 보면 좀 의외긴하죠. 

또래들은 아이돌 노래 들을 때 이미 그는 J Dilla, MF doom, ATCQ(어 트라이브 콜트 퀘스트) 같은

굉장히 클래시컬한 힙합을 고를 줄 아는 안목이 있었다는 거. 이런게 바로 될성부른 떡잎이라는거죠.


(팔에 힙합 뮤지션 MF Doom, 너바나의 앨범 Nevermind 문신. 싼데서 했나봄. 굉장히 조악함.)



그에게 영향을 준 뮤지션으로 김창완을 꼽긴 했지만, 우희준을 들뢰즈적 리좀 체계로 도식화하면


훨씬 더 복잡하게 그려집니다.


연주가로서의 그는 앞서 말한 힙합 뮤지션들의 영향이 있었고 장르적 스타일은 


국내 뿐 아니라 일본 인디 음악의 영향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INU의 마치다 코우, 타카다 와타루, 카네노부 사치코, HUSKING BEE 등은 그가 직접 커버


하기도 하고 좋아한다고 언급한 일본의 뮤지션들 입니다. 일본 영화나 문학의 영향도 많이 보입니다.


이 외에도, 추정입니다만, 포스트락스러운 부분들은 비틀즈의 SPLHCB(서전 페퍼스 앨범),


 jim o'rourke, tortoise, talk talk의 영향도 느껴집니다.





데뷔 앨범 그 자체로도 저는 올해의 앨범으로 뽑고 싶은데(아니 그래야만 했어요. 한대음 바보),


거기에 다른 EP에서 3곡 정도를 옮겨서 만들었다면 한국 록 음반 10선에도 가뿐히 들어갈 정도라고 봅니다.


스노비즘적 욕구를 채우기위해 국내 인디락 듣는 사람들이 우희준을 대충 듣고는 


무키무키만만수로 퉁치는 경우가 종종 보이는데 진짜 무식한 경우에요.


다시 한대음 올해의 곡에 뽑힌 '넓은 집'을 봅니다.


쥐어 짜는 듯한 보컬이 아주 어색하고 불편하죠. 


헐떡이듯, 들숨 날숨조차 불안정하고 박자마저 싱크가 맞지 않죠.


우희준은 드러머로 시작해서 전문 베이시스트가 된 프로 연주가입니다.


대학 전공도 그렇고 인디씬에서 베이스 연주자 중 가장 인지도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런 프로가 박자와 싱크와 강약을 틀린다는 건 일부러 그랬다는 뜻입니다.


즉 일종의 연기죠.


우리는 걸그룹 보컬이 과장된 표현으로 섹시한 척, 귀여운 척하는 데에는 꽤나 관대합니다.


아니 그걸 넘어 환장하죠.

근데 좁은 집 사는 사회적 취약 계층 혹은 약자가 숨 넘어가는 상황을 구구절절하게 감정을 넣어서 


연기까지 하는 가수는 없습니다. 있더라도 점잖게 포장하죠. 김민기처럼요.


대중이 불편해 하니까.

그게 이 노래가 걸작인 이유에요. 


일부러 불편한 진실을 전시해버리는 -


전례 없었던 그런 '깡'을 우희준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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