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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전
제1차세계대전때 억울하게 미움받은 견종 (20)
닥스훈트
"독일 개"라고 미국과 영국 등에서 미움받음..
닥스훈트 품종은 독일에서 오소리를 사냥하는 개로 시작됐다(dachshund라는 이름 자체가 '오소리 개'라는 뜻). 카이저 빌헬름 2세는 이 개들을 매우 좋아해 여러 마리를 키웠다.

덕분에 닥스훈트는 독일의 상징처럼 여겨졌는데 우스꽝스러운(?) 모습 때문에 당시 만화가들은 뾰족한 독일군 헬멧(피켈하우베)을 쓴 닥스훈트를 자주 그리며 독일 군국주의를 풍자했다.

제1차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영국에서는 반독일 히스테리가 심해지면서 닥스훈트를 키우는 것 자체가 “비애국적”이라고 여겨졌다.
소유주들과 미국 애견 클럽 등은 편견을 피하기 위해 '자유견(Liberty Hound)', 또는 그냥 '오소리 개(Badger Dog)' 등으로 바꿔 부르려 했지만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다.

개들이 치른 대가는 참혹했는데 거리에서 돌팔매질을 당하거나 공격받고, 심지어 죽임을 당한 경우가 빈번했다. 독일계 미국인들도 간첩 혐의로 몰아 폭행당하던 흐름 속에서 닥스훈트는 그저 눈에 잘 띄고 독일스럽다는 이유만으로 표적이 된 것이다.

"애국시민"들의 괴롭힘에 시달린 시카고의 한 개 사육자는 결국 자신의 견사에 있던 닥스훈트를 모두 직접 사살했다. 어떤 이들은 영국의 상징이자 미 해병대의 마스코트였던 불도그들을 "독일 개"들을 공격해 죽이도록 풀어놓이기도 했다. 극단적인 경우 독일 품종 개들을 모아 공개적으로 안락사시키는 행사도 있었다고 한다.
이 박해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오래 이어져 혈통을 되살리기 위해 외국 개체를 들여와야 했다. 개체 수 붕괴는 심각했는데 한 추산에 따르면, 미국에서 닥스훈트는 1913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인기 품종에서 1919년에는 겨우 12마리만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