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를 이용한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소회
지난 십여년간 그 전에 혼자 고생해서 만들어둔 시스템으로 꿀빨다가 최근 인프라쪽과 충돌이 생겨서 기존 시스템을 구동할 수 없게 되면서 대규모 재작성이 필요해서 AI를 시켜서 시스템을 전부 새로 작성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후 과정에서 느낀 감상은 예측과 매우 달랐습니다. 우선 AI가 내 뇌의 기능을 확장시켜 주는 느낌을 줄 것 같았는데, 막상 제가 느낀 것은 제가 거대한 AI 뇌의 한 요소로 편입된 것 같다는 감상이었습니다. 제가 일의 흐름을 제어하고 다른 AI의 능력을 빌려 쓰는 것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속도로 처리되는 업무를 관리 감독하는 과정에서 전체 상황을 온전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 했고 오케스트레이션을 전력을 다해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빠져버리더군요.
컴퓨터 앞을 잠시도 벗어날 수 없게 붙잡혀서, 오고 가는 온갖 메시지를 확인하고 엉뚱하게 흘러가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조율하고 한 단위의 일이 끝나면 바로 다음 일을 배정하고.
분명히 일을 편하게 하려고 AI 에이전트를 이용했는데, 일의 규모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장됐고 그 일을 처리하게 되면서 오히려 업무량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월급이 올라간 기억은 없는데 왜 프로젝트 매니저의 일을 웬만한 프로젝트 매니저보다 훨씬 높은 강도로 수행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일반 개발 프로젝트였다면 프로젝트 매니저가 몇 달에 걸쳐 할 일을 고작 몇 일에 다 몰아서 해야 하니…
한 번 경험하고 나니 이제는 AI 에이전트 없이 일하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게 됐는데, 이게 내가 바랐던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